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로 22살이 된 이하린입니다.
저는 현재 홍콩대학교에서 회계와 금융을 전공하고 있는 경영학도이며 동시에 때때로 모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유학생활을 하며 무언가 특출나게 잘하는 것 없이 또 무언가 특출나게 잘 못 하는 것도 없이 적당히 열심히 공부하고 적당히 열심히 놀며 10대를 보내는 학생이었습니다. 저 옆에는 어린 나이에도 도전, 실패, 성공의 여행을 혼자 묵묵히 지나온 언니가 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인지 저는 가족들의 기대를 부응하고자 하는 마음과 이미 큰 성공을 이룬 언니와 대비되고 싶지 않은 겁쟁이와 같은 마음이 함께 어우러져 저의 미래를 학업과 전문직으로만 생각해 왔던 거 같습니다.
그렇게 저는 20대의 삶을 시작했고 대학교 1학년을 마무리했을 때 저는 제 안에 있는 반짝이는 젊음과 활기를 무시하는 삶에 또 혼자만 있으면 한도 끝도 없이 외로워지는 삶에 지쳐 있었습니다. 저를 제가 만든 우물 안에 가두어 놓으니 무의식적으로 저 자신을 사랑할 수 없더군요. 건강도 체력도 챙기지 못했고 여드름투성이였고 인생 최고치의 몸무게도 찍었었고 심적으로도 심한 우울감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예민하고 뾰족하고 삐뚤어진 태도로 세상을 바라봤었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성격과 혼자 떨어져 사는 딸 걱정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나와 시간을 보낼 때는 재미있고 즐겁기만 했으면 하는 마음에 이러한 저의 상태를 허심탄회하게 가족들과 친구들에게는 상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저의 안 예쁜 본심과 행동들은 숨기지 못했는지 언니가 휴학하고 함께 여행하며 일해보지 않겠냐고 손을 내밀어 주었고 내심 절박했던 저는 부모님과 상의도 하지 않고 휴학을 했습니다. 그리고 휴학한 2년간 저는 많은 걸 봤고 배웠고 경험했습니다. 제가 얼마나 좁은 세상 속에 저를 가두고 저 자신을 돌보지 않았는지 깨달았습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10대를 저 자신에게 떳떳하지 못하게 방치하며 살아왔던 저 자신이 너무 답답하고 한심하더군요.
작년에 하던 일을 관두고 다시 복학을 결심한 이유는 제가 조심스럽게 계획해 나가고 있는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 느꼈기 때문입니다. 똑똑하지 않아 새벽까지 열심히 공부하며 썩 나쁘지 않은 성적을 받으며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모델 일은 제가 2년간 일하며 연이 닿았던 친한 분들이 먼저 제의해주셔서 시작하게 되었고 이후에도 감사히 저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어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저는 더는 새로운 기회를 두려움 때문에 버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더 이상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저의 아름다운 20대를 눈치 보며 무기력하게 낭비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모델 일과 복학은 저의 갓 태어난 신생아 같은 용기의 증표 아닌 증표로 생각하고 10대의 저에게 빚진 만큼 더 열심히 노력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혹시 저와 같이 20대를 보내고 계신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20대를 자기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름답게 재미있게 반짝이게 보내주세요. 새로운 기회를 두려움에 놓치지 말고 덥석 잡아주세요. 도전하고 실패하고 성공도 하고 기회를 잡기도 만들기도 하며 보내주세요. 끼니 거르지 말고 가끔이라도 건강한 거 먹고 운동하며 몸을 챙겨주세요. 지금은 자신을 찾아가는 시기이니 꼭 한 가지 직업으로 성격으로 자신을 정의하지 않고 그 누가 뭐래도 타협하지 말고 변덕쟁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며 살아주세요. 서로 용기를 주고받으며 저와 함께 20대를 보내주세요. 그런 뒤 30대도 잘 부탁드립니다.
갑작스럽고 어수선하고 긴 저의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이하린 드림